시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의복
안국역 1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걷다 보면 예전 풍문여고였던 자리에 새로 지어진 서울공예박물관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공예 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2023년 2월 7일부터 2023년 4월 2일까지만 만나볼 수 있는 무료 전시회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입고 다른 사람들을 만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요소가 '의, 식, 주'라고 하는 것을 보면 순서상으로도 입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자연환경으로부터 내 몸을 보호하는 목적이 1차적인 의복의 의미였다면 인류는 점차 새로운 욕구를 받아들여 의복의 의미를 예술적인 방향으로 넓혀갔습니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사회적인 지위를 드러내기도 했으며 소재에 따라 가치관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이번 <衣·表·藝, 입고 꾸미기 위한 공예> 전시회는 이런 의복의 의미에 대한 흐름을 조명합니다. 다채로운 색감의 포스터를 보면 마치 옷감을 염색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맞습니다. 이 전시회 끄트머리에서는 염색에 대한 것도 담아내고 있습니다.
입다, 드러내다, 표현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입다, 드러내다, 표현하다의 흐름으로 관객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비싼 비단 옷감을 쓰거나 진주 장식을 의복에 달 수 있는 신분은 한정적이었습니다. 이것을 보면 의복으로 신분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은 어떨까요? 플라스틱이나 폐 현수막으로 업사이클링 한 재료로 만든 옷이나 가방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냅니다. 이것은 신분을 드러낸다기보다 가치관을 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단순히 입는 의미에서 벗어나, 신분을 드러내고, 더 나아가 가치관과 개성을 표현하는 시대에까지 도래했습니다.
1세대 디자이너들의 작품에서 현재를 보다
최경자, 노라노, 앙드레 김 디자이너를 들어보셨나요?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도 있고 아닌 이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작품을 보면 친근함이 듭니다. 시대를 초월하여 느껴지는 친근함. 그것이 디자인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전시를 보면서 '이 옷은 지금 입어도 괜찮겠는데?'하는 옷들이 많았습니다. 디자이너의 긴 통찰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전시회의 마지막 장인 '표현하다'에서는 우리나라 1세대 패션 디자이너들이 주로 활용한 공예 요소를 제작 기법별로 보여줍니다. 그들의 드로잉과 패턴, 프린트 견본들이 아카이빙 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필체와 옷 견본들이 현장감을 증폭시켜 마치 그들의 작업실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이름이 낯설게 느껴졌던 노라노 디자이너에 대해서 관심이 갔습니다. 노라노(Norah No) 디자이너는 1956년 대한민국 최초의 패션쇼를 개최하며 우리나라 패션의 시작을 알렸다고 합니다. 1967년에는 가수 윤복희의 미니스커트, 펄 시스터즈의 나팔바지 등을 디자인하며 패션 문화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데 일조를 했습니다. 당시로서는 하기 힘든 도전들을 해왔기에 언론으로부터 많은 지탄과 비판을 받아왔지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패션 철학을 지금까지도 고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의복은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 보며 이 전시회를 관람해 보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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