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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의 행복, 강석호 작가 1주기 전시

by 이자벨라의 산책 2023.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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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의 행복 - 포스터

 

작가는 떠났지만 흔적은 남는다

지난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작가 강석호(1971~2021)가 떠난 지 1주기가 되었습니다. 강석호 작가의 회화 작품 세계와 디자인 수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서울시립미술과 서소문본관에서 3월 19일까지 개최됩니다. 강석호 작가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장면들을 작품으로 탐구해왔습니다. 특히 1999년부터 몰두했던 '의복' 시리즈에서는 인물을 감싸는 의복의 재질이나 무늬에 따라 의복을 가깝게 묘사하여 그림으로 담아냈습니다. 어떤 사물이든 가까이서 관찰하게 되면 다른 기분으로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그의 의복 시리즈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상이 들게 합니다. 또 주목했던 주제는 '제스처'입니다. 의복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시사주간지에 실리는 인물 사진의 몸짓에 집중하여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또한 확대를 해서 제스처에만 집중해서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인물의 얼굴은 그림에서 제외되어 있는데요. 시사주간지라면 당연히 얼굴부터 주목했을 것 같지만 제스처만 따로 떼어 감상하니 이 또한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습니다.

 

디자인 가구 수집광, 강석호

위에 언급한 작품 활동을 보면 작가는 디테일한 요소로부터 희열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는 디자인 가구 수집에도 열심이었다고 합니다. 수집뿐 아니라 직접 제작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림 작가이지만 결국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생을 살아온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그가 살아생전 수집했던 가구 60여 점을 작가의 방처럼 꾸며 마치 그 방에 작가가 있는 듯한 느낌으로 연출했습니다. 수집한 가구들을 보면 단순한 선으로 이루어져 군더더기 없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름다움의 최고봉은 생략이다'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전시회 관람 중에 본 문구 중에, '나는 오랜 기간 동안 시간이 무엇인지, 어떤 것인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 본질에 다가가려 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본질을 오랜 시간 공들여 탐구하다 보면 껍데기들은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정말로 중요한 핵심만이 남습니다. 아마 작가도 그런 가치관을 수집하던 가구에도 투영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강석호 작가의 수집 가구들

 

왜 3분일까

이 전시회의 대제목은 '3분의 행복'입니다. 강석호 작가의 하루 여정을 담은 수필, '3분의 행복'과 동일한 제목입니다. 그에게 3분은 일상의 진부함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시간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3분 동안이라도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일상의 흐름과 거리 두기를 하며 산책하듯 바라보았던 작가의 일상이 그려지는 듯합니다. '낯설게보기'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분 동안 하던 일을 멈추고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을 낯설게 바라본다면 그 틈새로 새로운 가능성이 고개를 들 것입니다. 강석호 작가의 작품처럼 3분 동안 가만히 옷의 질감, 옷의 무늬에 집중해 본다든지 그 사람의 동작, 움직임에 집중해보는 것입니다. 나의 삶을 가볍게 산책하듯이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 그것이 그가 말하는 영감의 원천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는 2022년 12월 15일부터 2023년 3월 19일까지 서소문에서 관람이 가능하며 오후 2시에는 도슨트를 운영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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